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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한, "근육이 뭉쳐 내가 교체를 요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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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태윤 조회(1501) 등록일 : 2006-03-15 오전 12:22:00 |
"변화구가 얼마나 통하는지 테스트하는 기분으로 던졌다".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 라인업을 상대로 한국 프로야구 에이스가 쉽게 공략되지 않음을 입증한 손민한(롯데)의 표정엔 '큰 일을 해냈다'는 후련함과 뿌듯함이 배어 있었다.
14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전에 선발 등판, 3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올스타로 구성된 대표팀을 꺾는데 큰 주역으로 활약한 토종 에이스 손민한(롯데)은 "미국을 꼭 이기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손민한은 "미국전 선발 통보를 받고 사실 이런 WBC 같은 무대에서 내가 미국전에 나가도 되는 것인가 많이 생각했다. 미국전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어서 부담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꼭 미국을 이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자신감도 넘쳤고 위기가 왔을 때도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자고 다짐했었다"며 마운드에 섰을 때 심정을 담담히 밝혔다.
손민한은 "난 강속구로 타자를 제압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구를 주로 던지며 타자들을 유인했다. 미국 타자들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첫 변화구에 속는다면 다음에도 계속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손민한은 이날 1회 2사 만루의 위기에서 제이슨 배리텍(보스턴)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에는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에게 우월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연봉만 252억원으로 세계 최고 스타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던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투구 상한선인 80개에 한참 못미친 46개만 던지고 4회부터 전병두(기아)에게 마운드를 넘겨준 손민한은 "선동열 투수코치가 1회 정도 더 던져주기를 바랐으나 어깨 근육이 뭉쳐 자진해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우리 팀에 훌륭한 투수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간판타자들과 승부한 소감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체격이 좋기 때문에 한국 타자들과 달리 타석이 꽉 차 보였다. 일단 눈에 보이는 느낌부터가 달랐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중국전에 선발 등판, 4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손민한은 이날 1승을 추가, 서재응(LA 다저스)과 함께 2승(무패)을 올린 투수가 됐다.
특히 중요한 경기가 해외파 투수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이번 WBC 한국대표팀에서 손민한은 한국야구가 101년 만에 미국이라는 큰 산을 넘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해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선수로서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곧추 세웠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강 미국을 상대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사실 경기 전 선발 통보를 받았을 때 이런 대회에 나와 이런 팀을 맞아 선발로 등판하는 자체로도 영광이었다. (거의) 있을 수 없는 등판 기회였기에 감사했다. 그러나 팀이 연승 중이어서 연승이 끊어질까봐 부담이 됐다. 또 다음 경기가 일본전이어서 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론 내 실력이 통하는 지,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겨뤄서 이겨보고 싶었다. 자신감은 있었다.
-1회 위기를 맞았는데.
▲사실 마음 편히 경기에 임했다. 오히려 그래서 위기 왔을 때 잘 넘어갈 수 있었다. 특별한 부담은 없었다. 좋은 선수들 상대하는 것이기에 못해도 본전이란 생각이었다. 테스트하는 기분이었다.
-오늘 잘 던진 비결은.
▲외국 선수들은 성격상 성급하게 초구부터 비슷하면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온다. (내가) 빠른 볼로 제압하는 투수는 아니다. 스타일대로 변화구 위주로 던졌고 미국타자에게 먹힐까 테스트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강판(3이닝 1실점)이 생각보다 일렀다.
▲(선동렬) 코치님이 1이닝 더 던졌으면 했다. 그러나 (오른팔) 근육이 안 좋은 상태여서 교체를 요청했다 (이후 근육이 뭉쳤을 뿐 심각하진 않다고 부연 설명).
-구원투수들 던지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전부 훌륭한 투수들이다. 또 1이닝씩 진행되면서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다들 자기 역할에서 최선을 다했다.
-미국 타자들에게 위압감은 안 느꼈나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특정타자를 주목하기보단 전체적으로 체격이나 눈에 보이는 느낌이 한국타자들과는 많이 달랐다. 타자들이 공격적이고 파워가 있기에 변화구 위주로 던졌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야구를 더블A 수준으로 평해왔다.
▲미국팀은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정상적 컨디션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실력으로 이겼지만 무엇보다 정신력에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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